흥사단 창립 105주년 기념사
존경하는 단우 동지 여러분, 사랑하는 아카데미 회원 여러분.
조국의 독립과 번영을 위해 창립된 흥사단이 105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먼저 어둡고 가혹했던 역사의 길에서 우리 단을 지키고 발전시켜 왔던 선배 단우님께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수많은 탄압과 위협에 굴하지 않고 싸워왔던 선배 단우님들의 피와 땀이 조국의 독립과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선배님들의 숭고한 헌신과 뜻을 잊지 않고 이어갈 것을 마음속에 되새깁니다.
흥사단을 창립한 도산 안창호 선생께서는 분열된 민족을 하나로 통일하고, 통일된 힘으로 조국의 독립과 발전을 이루고자 분골쇄신하셨습니다. 상해임시정부의 기초를 닦았을 뿐만 아니라, 흩어져 있는 임시정부를 하나로 모으는데 중심적 역할을 했습니다. 통합임시정부가 갈등과 분열로 휘청거릴 때에도 도산 선생은 끝까지 화합을 위해 노력하셨습니다. 비록 그 뜻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후세에게 큰 가르침과 좌표를 남겨주었습니다.
역사에는 항상 자신의 작은 이익을 위해 분열을 조장하거나 갈등을 부추기는 일이 있어 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분열과 갈등에 동조해 자신의 안위를 키워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도산 선생이 걸으셨던 통합과 통일의 길은 참으로 위대하였습니다. 그래서 온갖 역경을 감내하면서도 도산 선생과 같은 길을 걸어간 후배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한반도는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와 하나된 민족을 위한 노력에 점차 역사가 응답을 하는 것 같습니다. ‘평화, 새로운 시작’을 알린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는 물론 세계에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정전체제 종결과 평화체제 수립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냉전’이라는 20세기 잔재가 아직까지 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한반도에 평화가 싹트고 있습니다. 평화의 싹이 녹슨 철조망을 해체하고 있습니다.
물론 장밋빛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장애물들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또다시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를 극복하고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며 합리적으로 판단해 모든 문제들을 지혜롭게 풀어가야 하겠습니다.
역사적 전환기에 우리 흥사단은 도산 선생의 가르침을 토대로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기존처럼 한반도 반쪽에 국한된 사고에 갇혀서는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것입니다. 작은 활동을 하더라도 한반도 전체를 고려하며 접근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사고를 가로막았던 장벽을 뛰어 넘어 멀리 내다보고 나아가야 합니다. 창립 105주년을 맞아 창립 목적인 ‘민족전도대업’의 길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읍시다. 도산 선생이 꿈꿨던 민족의 통일과 번영의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합시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단우 동지 여러분, 그리고 아카데미 회원 여러분.
오늘 창립 105주년 기념식에서는 ‘흥사단 청년조직의 방향과 과제’ 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립니다. 올해 우리 단의 활동 목표는 ‘깨어있는 청년이 만들어가는 정의롭고 행복한 공동체’입니다. 과연 우리는 청년정신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지, 깨어있는 청년을 길러낼 조직적 기반은 마련했는지 자문해 봅니다. 또한 우리는 청년세대에게 얼마나 많은 기회와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지도 생각해 봅니다.
오늘 토론회에서 아카데미 조직과 청년조직의 현실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건강한 흥사단, 새로운 사회를 위한 역할과 과제는 무엇인지 함께 이야기하고 지혜를 모으기 바랍니다.
내년이면 절망의 시기에 민주공화국의 깃발을 들고 희망의 빛을 던져 준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100년이 됩니다. 우리는 임시정부의 기틀을 닦았을 뿐만 아니라 마지막까지 지켰던 선배 단우, 독립 운동가들의 희생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을 기리고 재조명하는 일에 흥사단의 모든 조직이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선배들이 다져 놓은 기름진 토양 위에 값진 열매가 열릴 수 있도록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준비합시다.
존경하는 단우 동지 여러분, 아카데미 회원 여러분.
역사를 고찰하고 미래를 실천하는 과업에 모든 역량을 쏟아 한반도의 새로운 역사를 열어가는 일에 적극 나서주시기를 다시 한 번 당부 드립니다.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2018년 5월 12일
흥사단 이사장 류종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