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사단 창립 제106주년 기념사
존경하는 단우 동지 여러분, 그리고 시민 여러분.
흥사단이 자주독립과 민족전도번영의 깃발을 든 지 어언 106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우리 단은 독립운동, 민족부흥운동, 민족통일운동, 민주화운동, 시민운동을 전개하며 우리 근현대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흥사단과 우리 사회의 기틀을 닦으신 도산 안창호 선생과 선배 단우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106번째 생일을 축하는 박수를 보냅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조국이 국권 상실의 위기에 놓이자, 1907년 미국 유학생활을 뒤로하고 귀국길에 오릅니다. 안창호 선생이 고국에 돌아와 제일 먼저 한 일은 비밀결사 조직인 신민회를 결성한 것입니다. 그러나 일본의 혹독한 탄압이 강화되면서, 도산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망명길에 오릅니다. 당시의 피 끓는 심정을 표현한 것이 ‘거국가’입니다.
까불대는 이 시운이 / 나의 등을 내밀어서 / 너를 떠나가게 하니 / 일로부터 여러 해를 / 너를 보지 못할지나 /
그 동안에 나는 오직 / 너를 위해 일할지니 / 나 간다고 설워마라 / 나의 사랑 한반도야.
조국을 떠나 3년이 되던 1913년 5월 13일, 도산은 흥사단을 창립합니다. 106주년 맞이하는 오늘, 당시 도산에게 흥사단은 어떤 의미였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아마도 도산은 ‘오직 너를 위해 일할지니’를 가슴에 새기며, 떠나온 조국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흥사단을 창립했을 것입니다.
흥사단 창립이후, 도산은 독립과 민족통일을 일관되게 강조합니다. 도산은 이념, 지역 갈등으로 인해 독립운동 세력이 분열되는 것을 너무나도 가슴 아파했습니다. 그래서 도산은 무엇보다 독립운동 세력의 통합을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 ‘통일독립 도산’은 동지들이 도산에게 지어준 영예로운 별칭입니다. 도산만큼 우리 역사에 통일독립을 위해 헌신하신 분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도산의 후예를 자처하는 우리는 과연 통합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성찰해 봅니다. 흥사단은 부단한 인격수련과 신성한 단결을 기본 정신으로 하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 단우는 상대를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인격과 공론을 형성하고 지키려는 단결력을 온전하게 갖추고 있을까요? 나아가 사회의 화합과 한반도 통일을 위해 얼마나 기여하고 있을까요? 남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로, 다른 단체의 문제가 우리 단의 문제로 생각해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최근 우리 단은 이념, 지역, 세대 등을 아우르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공론을 형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대화 주제와 규모는 한정적이지만 이러한 시도가 다양한 영역, 많은 공간에서 이루어진다면 도산 선생이 그리셨던 공동체의 모습에 가까워지리라 믿습니다.
도산 선생님이 생전에 그러했듯이, 우리 단우가, 우리 단이 스스로 모범이 되어 단체, 지역, 사회에서 화합과 발전을 위해 노력해 나갔으면 합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단우 여러분!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한반도는 분단되어 있으며, 우리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 결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민족전도번영은 이러한 장벽을 뛰어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올해의 활동 목표인 ‘도산의 독립운동 정신으로 한반도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자’를 마음에 새기면서 함께 힘을 모아
한걸음 더 전진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2019년 5월 11일
흥사단 이사장 류종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