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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미국대통령 방한에 즈음한
<시민사회단체 2002 한반도 평화선언>
반세기를 넘는 긴 세월 동안 전쟁의 공포 속에서 살아 온 우리는, 새로운 세기에는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어 민족공존의 시대가 활짝 열리기를 간절히 소망해 왔다. 분단 반세기만에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이 이루어지고, 동북아 평화를 추구하는 관련 국가들의 노력에 힘입어, 마침내 한반도에도 평화의 때가 무르익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최근 부시 정부의 연이은 대북 강경 발언은 그렇게 진전되어 가던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의 평화를 해치는 비이성적인 강경 발언과 정책에 대해 우리는 깊은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어떠한 경우에도 다시는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우리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첫째, 미국 정부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호전적인 발언과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즈음하여 한국의 시민사회가 가장 염려하는 것은, 자국의 안보와 이익만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미국의 일방주의이다. 이러한 일방주의는 인류의 진정한 평화를 갈구해 온 세계의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부시 미국 대통령의 2002년 연두 국정연설로 시작된 북한에 대한 위협적 발언들과 군사적 힘에 기초한 독선적이고 공격적인 대북 강경정책은 그 동안 한미 양국이 합의해 온 한반도 평화와 안정 정책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북한을 분명한 국가적 협상 상대로 인정한 북미기본합의서와 그 이후의 실천과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발언이며 정책이다.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을 위해 지금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상호이해와 신뢰에 바탕을 두고 북한과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협상하는 것이다. 이러한 평화적인 정책이야말로 미국이 원하는 자국민의 안보와 이익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둘째, 북한 지도부는 10.12 북미공동성명과 6.15 남북공동성명에 기초하여 보다 적극적인 대화에 나섬으로서 상호 신뢰의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우리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화해와 협력의 자세를 보인데서 큰 희망을 보았다. 그러나 북한은 그 후 다시 남북대화에 소극적 태도를 취하여 남북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북미관계에서도 불신의 여지를 남겼음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남북간의 화해와 협력이야말로 부시 정부의 대북 강경책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길이며, 한반도의 문제를 우리 민족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심감을 세계에 명백하게 보여주는 길이다.
셋째, 정부와 야당은 전쟁의 위기마저 감돌고 있는 한반도 정세가 민족생존권과 직결됨을 인식해야 한다. 전쟁방지와 평화에 관한 한 이념의 차이나 정파의 이해를 넘어 우리의 지혜와 역량을 한데 모아야 한다.
한반도에서 그 어떤 형태의 전쟁도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 이것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설혹 전쟁까지 나아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최근 한반도에 조성되고 있는 긴장은 우리의 경제와 민생에 도움이 될 리 만무하다. 미국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과 그 근거의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여하한 경우에도 여야의 갈등은 현 시점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정부·여당과 야당은 모든 이념과 정파, 작은 차이를 넘어서 한반도에서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의지로 서로 협력하고 모든 지혜와 역량을 한데 모아 나가야 할 것이다.
2002. 2. 8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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