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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발전은 교육의 힘이 그 바탕을 이루어야 한다. 공교육을 통해서 양식이 있고 능력이 갖추어진 인재를 양성할 수 있을 때 지속적인 경제 발전과 건강한 시민사회를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교육정책은 과거 지향적이거나 가시적인 효과에 집착해서는 안 되며 적어도 멀리 백년을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요즘 내놓는 교육 대책들을 보고 있노라면 한 마디로 정부의 교육정책 부재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흥사단 교육운동본부는 교육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하며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1. 학교는 지적성장과 인격연마를 위한 신성한 만남의 장이다. 학교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민주시민의 자질과 리더십을 키우며, 우정과 신뢰를 쌓아 미래의 자산을 축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학교 현실은 어떠한가. 여전히 이름만 자율인 타율학습, 이름만 바뀐 또 다른 보충수업, 현실을 무시한 포장만 그럴듯한 7차 교육과정, 새로운 과외인 EBS 수능강의까지 큰 부담을 떠 안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학생들은 스스로 학습과 탐구 능력을 키우기보다는 획일적이고 타율적인 학습에 길들여져 학습 욕구와 창의력은 둔화되고 학습의 타인 의존도를 심화시킬 우려가 높다.
2. 더구나 교육당국은 EBS 수능강의와 교재 내용에서 대입수능시험 문제를 출제하겠다고 한다. EBS 방송강의와 수능시험과의 연계성을 되풀이해서 강조하는 처사는 사교육비 경감의 효과보다는 오히려 학생들에게 학습부담만을 더 주게 된다. 이대로라면 교사들은 자신의 수업을 그만두고 EBS 방송교재로 수업을 해야 하며, 나아가 EBS 방송강의의 진행요원이 돼야 한다. 학생들은 학교수업보다 EBS 방송강의에 더 집착하는 등 파행교육이 공공연히 이루어질 것이 뻔하다. 자연히 학생들은 학교와 교사를 더 불신하게 되고 공교육은 이전보다 더 사교육의 들러리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3. 이제 우리나라 교육의 목표는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되고 말았다. 아무리 부모와 학생들의 요구가 있다고 해서 국가가 나서서 대학서열화를 조장하고, 사교육비 경감대책이라는 미명 하에 공공방송을 통해 대대적인 입시경쟁을 부추겨야 하는가. 더욱이 이러한 파행적인 입시 정책을 추진하면서 학교의 민주적 의사결정구조 확립 없이 교사 평가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사교육비 경감은 물론이거니와 교육환경 개선에 어떠한 효과가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최근 각종 교육관련 개혁법안의 후퇴 및 반교육적 입법안 추진, 학교 자치·민주화의 지체, 무엇보다 학교를 학원화하는 EBS 입시교육 등의 상황들을 놓고 볼 때 우리는 현 정부가 교육 개혁을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마음놓고 학교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사교육비를 줄여 보겠다는 발상으로 시작된 무원칙하고 일관성 없는 교육정책들 때문에 행여 빈대를 잡으려다가 초가삼간을 모두 태워버리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정부의 교육 개혁에 대한 새로운 청사진을 마련하고 공교육을 살려 낼 수 있는 진정한 교육대책 수립을 촉구한다.
2004년 6월 8일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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