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개정 교육과정은 입시 편중 교육으로 학교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다.
2009년 12월 17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창의와 인성”을 강화하는 “2009개정교육과정”을 확정 발표하였다.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현행 10~13개인 한 학기 이수 과목수를 8개 이하로 축소, 각 고교가 교과군별로 기준시수의 2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증감 운영, 도덕, 미술 등 특정과목을 한 학기 또는 학년에 몰아서 배우는 집중이수제도 도입한다고 했다.
“학습부담 감축, 학습의 흥미 유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교육” 등 교육부가 내세우는 취지와 방향이 가진 긍정성을 일정하게 인정하지만, 세부 내용이나 추진 과정을 보면서 이른바 2009 개정교육과정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교과목별 기준시간의 20% 증감 운영’은 입시 편중 교육만 부추길 것이다.
현 정부는 ‘학교간의 성취도 비교’와 ‘학교간 경쟁’을 부추기는 정책을 펼쳐 왔다. 이런 상황에서 ‘교과목별 기준시간의 20% 증감 운영’이 실제로는 입시 과목인 ‘국·영·수’과목으로의 쏠림만 강화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자율형사립고들의 경우를 보더라도 명약관화하다. 대학서열화, 경쟁교육, 입시지옥, 사교육팽배 등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그대로 둔 채 주어지는 ‘자율’은 입시편중 교육에 집중할 자율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학생간, 교사간, 학교간 경쟁을 부추기는 정책과 중앙 정부의 획일적인 통제를 근본적으로 폐기하지 않으면서 ‘자율’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다.
둘째, 교과목의 통합과 축소, 집중이수제 도입은 또다른 파행을 가져올 수 있다.
과목간 특성을 무시하고 교과군 개념을 적용한 통합은 잘못된 발상이다. 한 예로 “국사” 과목을 들 수 있다. 역사란 과거와 현재에 대한 인식과 통찰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안목을 가질 수 있기 위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할 과목이다. 그렇게 볼 때 국사 과목은 당연히 필수과목이 되어야 함에도 사회과목에 통합한 것은 현 정부의 몰역사적인 교육관을 드러내는 증거이다. 또한 “집중 이수제” 도입으로 학교에서 해당 과목을 일정한 시기에 자율적으로 운영하게 되어 있어 전출입한 학생의 경우 교과목을 이수하고 싶어도 이수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집중이수제 과목인 예술과 도덕교육을 단순히 암기위주의 지식교육만으로 생각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라고 하겠다.
셋째, 성급한 밀어붙이기는 학교현장에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다.
한 나라의 교육과정은 그것이 시대적 당위성을 바탕으로 최대한의 국민적 합의를 모아서 결정되어야 한다. 지금 교육계 안팎에서는 정권이 바뀌고 장관이 바뀌었다고 충분한 검토도 없이 교육과정을 개정하는 것은 학교 현장의 혼란만 부추기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2007개정교육과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시행을 위한 여건 마련에 대한 치밀한 대책도 없이 교육과정 개정을 서두르는 한 졸속과 땜질을 넘어설 수 없을 것이다.
끝으로, 이견 조율과 합의를 무시해 온 편파성과 절차적 부당성 문제이다.
현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지금까지 여러 부문에서 민주적인 공론화나 합리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구상을 밀어붙이는 행태를 보여 왔다. 자신들이 가진 입장에 비판적이거나 다른 의견을 가진 단체들은 정부 위원회 구성이나 공청회 등에서 배제하였다. 건강한 민주사회에서는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충분한 토론을 거쳐 최상의 합의를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그 과정에서 비록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더라도 반드시 지켜져야 할 민주주의의 제1 원칙이다.
흥사단교육운동본부는 교육과학기술부의 “2009개정교육과정”이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그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쟁교육을 가속화하는 연장선에 있으며 교육을 정치 도구화하려는 의도를 품고 있다고 규정한다. ‘환경과 녹색성장’이라는 교과목 이름을 보면서 학교 교육을 정권의 국정홍보의 대상으로 보고 있음을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진정으로 ‘하고싶은 교육, 즐거운 학교”를 원한다면, 교육을 경쟁으로만 바라보는 비교육적 발상을 버리고, 선진국 수준의 교실 여건과 교육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획기적인 교육재정 확보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며, 어떤 학생들도 차별 없이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평등과 복지의 새로운 공교육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
2009. 12. 21
흥사단교육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