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대북 경협정책 2년에 대한 평가
무릇 평가라고 할 때는 평가에 대한 기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그 기준을 선정함에 있어서는 개인이나 조직의 관점, 시각, 철학 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평가 결과의 객관성을 담보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평가 결과를 둘러싸고 이러쿵저러쿵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대북정책과 같이 철학뿐 아니라 때로는 당파적 입장까지 개입되기 쉬운 사안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다양하고 폭넓은 관점을 제시하며 평가에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 또한 있다는 평범한 진리이다. 경제학적으로 이야기하면 편익과 비용을 동시에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경협정책 2년에 대해 성과를 강조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것이다. 우리 정부가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했고, 그 결과 정책이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크다. 북한이 대남 강경정책을 폈지만 이에 흔들리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했으며, 특히 상생과 공영의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일관된 대북원칙을 견지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
개성공단사업의 경우, 북측이 임금, 토지임대료 등에 대해 기존 합의를 파기하며 무리한 요구를 할 때 우리 정부는 국제규범 확립, 경제원리 추구, 미래지향적 발전 등 ‘개성공단 발전 3원칙’에 따라 북측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금강산관광사업도 관광재개에 대한 안팎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관광객 피격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재발방지, 신변안전보장 등 3대 선결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관광사업을 재개할 수 없다는 원칙을 끝까지 지켜 내었다.
이에 따라 남한은 북한에 더 이상 끌려 다니지 않게 되었으며, 북한에 대해 할 말은 다 하는 당당함을 보여주고 있으며, 북한이 남한에 대해 협박을 하고 생떼를 쓰는 종전의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되었다. 지난 10년간의 정책적 오류로 인해 남북관계가 잘못되어 있던 것을 이제야 바로잡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남북관계도 정상화되는 과정에 들어서게 되었다. 이에 따라 ‘제대로 된’ 남북경협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게 되었다.
반면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의 문제점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남북관계의 후퇴, 남북경협의 위기를 가장 먼저 내세운다. 지난 10년간 대화와 화해협력정책을 통해 남과 북이 힘들게 신뢰를 쌓아놓았건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간의 대치, 대립으로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졌다는 것이다. 그 결과 남북관계는 냉전 시대로 회귀했다는 점에 대해 개탄해마지 않는다.
이들은 남북경협의 위기적 상황을 지적한다. 2008년 남북교역액은 18억 2천만 달러로 전년대비 1. 2% 증가에 그쳤다. 2007년에 전년대비 33% 증가세를 보인 것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2009년에는 아예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 남북교역액은 16억 7천 9백만 달러로 전년 대비 7.8%의 감소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에 일반 물자 교역은 2억 5천 6백만 달러로 전년에 비해 무려 35.8%나 감소,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대형 경협사업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은 각각 19개월째, 15개월째 사업이 중단된 상태이다. 개성공단 사업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났으나, 노동력 공급부족 등 현안 미해결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사업의 동력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
남북경협의 현장에서 뛰는 당사자들, 즉 민간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아산은 관광사업 중단이 장기화되면서 매출손실이 협력업체를 포함해 3천 억 원에 달하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들도 한 때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른바 후발업체들은 적지 않은 손실도 입었다. 평양 및 내륙지역에서의 위탁가공 사업도, 우리 정부의 방북 제한 조치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는데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도산하거나 대북사업을 포기하는 업체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사태를 지켜보면서 기업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대북사업이라는 게 남북관계, 남북한당국의 정책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최근 2년간의 경험은 기업들 입장에서 보면 이른바 부정적 학습효과가 크다. 남북한 당국 공히 정책이 롤러코스터 식으로 춤추다보니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사업당사자인 기업임을 절감했을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여건이 획기적으로 좋아지지 않는 한, 대북사업, 특히 대북 투자에는 아주 몸을 사리게 될 것이다.
한편 남북이 소원해지면서 남북경협이 침체의 늪에 빠진 반면 북한과 중국은 더욱 밀착, 북*중 경협은 확대일로를 걷고 있다. 2008년에 중국은, 남북교역을 제외하면 북한의 전체 대외무역의 73%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투자의 경우, 2008년 북한에 대한 총투자액의 90%가 중국자본이었다고 한다. 특히 중국자본은 대북 투자의 70%를 지하자원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는 특징도 있다. 지난 14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보고서는 “현재 중국은 북한의 20 여 개 탄광과 몰리브덴, 인광석 등 희귀금속 개발권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지난해 10월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북한 방문을 계기로 양국이 전방위 경제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올 초 북한의 외자유치 창구로 지정된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이 외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중국을 우선적인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물론 북*중 경협 확대를 꼭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단기적으로는 북한의 대외개방을 촉진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그리고 북*중 경협이 남북경협과 대체 * 경쟁의 관계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북한과 중국의 경제적 밀착은 한반도 통일에 있어서 부담스러운 요소라고 보아야 한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원칙의 견지를 통해 북한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이에 따라 남북관계, 남북경협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초석을 놓는 성과를 거두었고, 이는 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로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남북당국간의 신뢰 상실, 남북경협의 위기적 상황, 특히 민간 기업들의 피해 및 이들의 대북사업에 대한 의지 약화, 나아가 북*중 경협 확대라는 비용을 치렀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이렇게 성과와 비용을 구성하는 제 요소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얼마만한 가중치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플러스마이너스를 다 따진 합계, 즉 전체적인 평가는 상이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는 관점, 철학, 때로는 당파적 입장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다만 여기서는 성과와 비용, 즉 얻는 것과 잃는 것을 다 함께 시야에 넣어야만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평가가 가능하다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새삼 강조하고자 한다.
양문수(흥사단민족통일운동본부 정책위원/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