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단절의 경제적 비용
「천안함」 사태에 따른 정부의 대북 경제교류 단절과 관련된 제재조치가 나자 언론에서는 앞 다투어 북한이 받게 될 경제적 손실과 피해를 부각시켜 보도하기 시작했다. 북한을 타격하기 위해 내린 조치인 만큼, 그들이 입을 피해규모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한다는 측면에서는 이상할 것이 없다. 허나 경제적 피해는 북한만이 입는 것이 아니다. 남한이 안게 될 손실이나 경제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북한보다 더 훨씬 클 수 있다. 물론, 경제적 손실 규모보다는 정책적 목표 달성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정책이라는 것은 그 득실을 면밀히 따져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적대적 정책을 펼치는 경우에는 그에 따른 손실과 피해의 범위를 제한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투자 및 기회손실
남북관계 단절로 남한이 부담해야 할 경제·사회적 비용은 매우 다원적이고 복합적이다. 이는 그동안의 남북관계가 경제적으로 적지 않은 의미를 주었기 때문이다. 가장 확실한 손실로 나타날 부분은 금강산과 개성공단 및 평양을 비롯한 북한 내륙지역에 경제교류·협력 사업을 위해 투자한 시설과 사업권 등이 무용지물이 되는 점이다. 금강산을 포함한 대북 사업을 위해 투자한 금액은 1조 8천억 원(사업권 및 사회간접자본 사업 취득권 포함) 이상이 된다. 이 중 많은 부분은 남북관계가 계속되어야 만 회수 가능하다. 개성공단에만 해도 2008년 기준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 구축을 위해 6,600억 원이나 투입되었다. 그 외 공단부지 조성 등에 3,100억 원, 입주기업이 투자한 금액도 4,500억 원이나 된다.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총 1조 4천여억 원의 대부분을 포기해야 한다. 그 뿐만 아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전체적으로 수천 개가 넘는 협력업체의 도움을 받고 있다. 식자재와 원자재 등이 100% 남한에서 들어간다. 이들 기업의 활동은 남한 내수와도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개성공단사업은 2008년 기준으로 연 2억 5,000만 달러의 매출에 8.8억 달러의 생산유발효과와 7,500명의 남측 일자리 창출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조사되었다(현대경제연구원, 2009).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이 같은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차원의 대북투자도 만만찮다. 남북협력기금이 투입된 금강산 지역의 이산가족상봉면회소(550억 원)을 비롯하여, 이번 조치와는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지만, 신포 경수로 공사를 위해 남한이 부담했던 11억 3,700만 달러도 결국 따지고 보면, 대북관계 단절에 따라 입은 손실이라고 할 수 있다. 개성공단은 남북한이 공히 놓치기 아까운 협력 사업이다. 다른 사업과는 달리 엄중한 남북관계에서도 끝까지 가져가려는 의지가 담겨있다. 개성공단이 애초 목표대로 활성화할 수 있다면 엄청난 생산유발효과와 부가가치 창출효과를 얻을 수 있다. 2단계까지만이라도 순조롭게 진행되어도 남한 경제는 한 해 84조 원의 생산과 24조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며, 10만 명 이상의 남한 인력을 고용할 수 있는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교역중단으로 인한 손실
교역은 국가 후생증대의 직접적 수단이다. 어느 국가라도 교역은 국민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자국에 없는 자원은 수입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추진한 남북교역은 남북한이 생산한 부가가치의 총체다. 반출은 남한 인력의 고용을 통해 생산된 부가가치의 총액인 반면, 북한에서 반입한 물품은 국내 시장에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기초가 된다. 반입 금액의 평균 4배 이상이 최종 소비규모로 늘어난다. 이 과정에서 국가는 세금을 매기고 재정수입으로 얻게 된다. 남북교역의 단절은 부가가치의 상실이자, 국부의 손실로 이어짐에 틀림없다. 남북교역의 단절은 비록 국부적이지만 내수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당장, 반입 의존도가 높았던 북한산 수산물이나 모래 등은 국내가격의 앙등을 가져온다. 이는 사회후생의 축소다. 한 조사에 의하면 금강산 관광이 강원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여했던 금액만 해도 지금까지 수천억 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비 증가에 따른 경제적 부담
남북관계가 단절되어 긴장이 고조될 경우, 국방비 증액의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당장 무기구입에 대한 압박이 커지게 된다. PSI 참여비용이나 작전비용의 증대에도 직면하게 된다. 이는 국방비가 단순히 증대되는 차원을 넘어 국민복지 향상 등을 위해 써야 할 돈을 줄여야 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기술개발이나 기타 사회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자금과 인력이 비생산적인 부문에 사용됨으로써 효율적 경제성장과 발전을 저해하는 역할을 한다. 남북 교류협력을 위한 관계 증진이 군축에 따른 국방예산을 절감하고, 군 병력의 생산 인력 전환으로 얻을 수 있는 경제성장의 가능성을 감안하면, 이중적인 손해다. 한국의 군전력을 방어형에서 공격위주로 전환할 경우, 필요한 추가 군사비는 27조 원 가량이 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한 해 남한 국방비와 거의 맞먹는 금액이다. 반면, 지난 남북경협 20년의 성과로 국방 부문에서는 약 181억 6,000만 달러의 비용이 절감되었다는 연구(현대경제연구원, 남북경협 20년의 성과와 과제, 2008.9)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외에도 남북 정치 및 군사관계의 긴장과 대치는 남한 주민에게 많은 불안과 스트레스를 야기할 수 있다. 증시가 출렁거리거나 환율이 상승할 경우 또 사업부진에 따른 결과로도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를 돈으로 굳이 환산한다면 엄청난 금액이 된다. 불안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전 국민의 4분의 1이 한 달에 두 번 정도 영화구경을 간다면, 이를 위해 지출하는 비용은 한 해 2조원을 상회하는 금액이 될 수 있다.
국가 신인도 하락과 외채 이자부담 증가
남북관계의 단절에 따른 경색국면의 지속은 한반도의 국가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대외신인도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게 된다.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면, 해외 자금조달이나 부채상환에 있어 추가적인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통상적으로 국가신용등급이 한 단계 내려가면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외자조달 금리가 0.05%정도 상승한다고 한다. 그동안 남한은 대북경협을 통해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가산금리를 하락시켜 무려 77억 8,000만 달러에 달하는 경제적 이익을 창출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남북관계 단절과 군사적 적대관계에 따라 유치한 외자뿐만 아니라 신규유치에 더 많은 비용과 이자를 지불할 수밖에 없다. 남한의 외채는 현재 4,000억 달러 정도를 상회하고 있다. 단기외채는 1,500억 달러, 이 중 1년 이내 갚아야 할 부채만 해도 70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금리가 0.05%만 오른다고 해도, 추가 이자부담은 2억 달러, 한화로 2,400억 원이 넘는다. 가만히 앉아서 보는 손해다. 남한 정부의 「국가브랜드위원회」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10% 정도만 개선해도 약 130억 달러의 효과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주한 외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한국의 국가브랜드가 낮은 이유 중 1위(48.4%)는 다름 아닌 남북간의 대치 상황이었다. 따라서 한국의 대외 신인도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남북간의 위기관리와 협력은 필수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남북관계의 단절과 군사적 긴장은 대남 투자를 중단시키고, 그나마 투자된 자본도 빠져 나가게 할 것이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은 발길을 다른 데로 돌릴 것은 물론이다. 더구나 국지전을 비롯, 전쟁이 일어날 경우에는 그동안 우리가 어렵게 쌓은 부와 행복을 한꺼번에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는 금액으로 환산하기조차 힘들다.
북한의 경제적 손실과 의미
남북관계의 단절은 이미 여러 모로 언급되었듯이 북한에게도 손해를 안겨줄 것이다. 교역을 통한 달러 획득에 최소 연 3억 달러의 차질(위탁가공 교역을 통한 인건비 2,500만 달러 포함)이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다 개성공단 120여개 입주기업에서 일하는 북측 근로자의 급여와 사회후생비 등 년 5천만 달러도 받을 수 없는 금액이다. 물론, 개성공단 활성화에 따라 늘어날 수 있는 인건비는 남한이 개성공단에 대한 기대 이익의 차단과 같다. 이상의 대북 제재가 북한 경제에는 어느 정도 타격을 입힐 수 있을까? 본인이 보기에는 그리 크지 않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경제제재에 익숙해져 있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을 계기로 미국으로부터 적성국으로 지정되어, 금융거래가 제한되어 왔으며, 1987년 KAL 폭파사건 이후, 20년 동안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바 있다. 지금도 상업, 금융, 교역, 기술 교류 등 포괄적인 분야에 걸쳐 경제 봉쇄를 당하고 있는 셈이다. 국제기구로부터의 대외 원조나 공적개발 원조도 제한을 받아왔으며, 국제금융기관으로부터의 자금차입도 거의 불가능했다. 금번 남북관계의 단절로 당장 외화수입에는 차질을 보일 것이 분명하지만, 제재가 북한 경제에 결정적인 치명상을 입히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은 그들이 받게 되는 경제적인 고통을 곧바로 대중 경제관계의 밀착을 통해 해소하려고 할 것이다. 이는 중국의 ‘북한공정’을 가속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기 쉽다. 결론적으로 남북관계의 단절, 더 나아가 정치·군사적인 긴장이 걷잡을 수 없는 손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은 남한 경제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이상 언급한 남북관계 단절에 따른 경제적 비용과 부담을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다.
남북관계 단절에 따른 경제적 비용과 부담

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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