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대북 사회문화교류정책 2년에 대한 평가
구태여 통계를 참고하지 않아도 절감할 만큼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사회문화 교류는 크게 위축되었다. 정치적 경색국면으로 인한 남북관계 전반이 위축될 것이라는 것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전부터 어느 정도 예견되었던 일이다. 문제는 정도이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사회문화 교류가 정치적 화해 분위기를 마련하고, 남북 관계 개선을 촉진하는 역할은 고사하고, 남북 교류를 위한 최소한의 창구로서 역할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사회문화 분야의 교류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교류 횟수나 규모에서는 크게 후퇴하였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대북정책의 방향이 결정되고, 대화에 나서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지난 2년간의 사회문화 교류는 경색 차원을 넘어 단절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년간의 사회문화 교류 현황은 통계를 통해서도 분명하게 확인된다. 통일부의 남북교류 현황에서도 2008년 통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2010년 2월 중반을 넘긴 현재에도 2009년 통계는 보이지 않는다. 사회문화 분야의 남북회담 개최 현황을 보면 2008년 1건으로 잡혀있다. 2008년의 1건은 2008년 2월 4일에 있었던 베이징올림픽경기대회 남북응원단 참가를 위한 제2차 남북실무접촉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전에 이루어진 회담이다. 회담의 성패와 의미를 떠나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로 2009년까지 공식적인 접촉이 사실상 끊어졌다는 것을 통계로 확인할 수 있다.
당국 차원의 접촉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 차원의 교류 역시 힘을 잃고 있다. 사회문화 분야의 협력사업 통계 상황은 당국 간 접촉과 크게 다를 바 없다. 2010년 1월 현재 통일부의 협력사업 승인을 받은 사업은 모두 153개이다. 이 153개 협력 사업은 스포츠, 방송, 언론, 복지, 사진, 예술, 산림, 교육, 애니메이션, 종교, 대중문화, 과학기술, 학술, 인도적 지원, 지방자치단체 사업 등 사회문화 분야의 제반 사업이 망라되어 있다. 사회문화 분야의 협력사업으로 마지막 사업승인을 받은 것이 2008년 1월 8일이다. 역시 이명박 정부 출범 이전에 이루어졌다. 153개의 남북교류 사업 전부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전에 이루어 졌으며,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사회문화 분야의 협력 사업으로 승인 받은 건수는 하나도 없다. 간헐적으로 이루어진 인도적 지원과 통계에 잡히지 않은 교류를 포함한다고 해도 교류의 안정성은 현저히 떨어진 상태이다.
사회문화 교류가 안정성을 잃고 단절되다시피 한 일차적인 원인은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공식적인 대북정책은 상생공영이다. 상생공영의 대북 정책은 ‘실용’과 ‘생산성’에 기초한 정책으로 남북한 주민의 행복 추구와 통일기반 조성을 목표로 한다. 정부는 상생공영의 대북 정책을 위해 남북 간 대화 제의와 교류협력을 지원하기로 결정하고, 대화를 추진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하였다. 그러나 정부의 대북 정책 진정성과 남북대화 추진 의지는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였다. 대화의 진정성에 매달려 북한의 진의 파악에 시간을 보냈고, 원칙있는 남북대화를 강조하면서 다양하고 유연한 접근은 배제되었다.
사회문화 교류가 남북의 정치상황에 민감한 것은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 남북 사이에는 사회문화 교류를 논의할 당국 차원의 창구도 없으며, 남북교류를 촉진하고 지원할 기관과 제도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사회문화 교류를 위한 인프라가 튼실하지 못한 상황에서 사회문화 교류는 자연 남북관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사회문화 교류의 취약한 구조는 지난 정부에서도 지적되었던 부분이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과 남북총리회담에서 사회문화 분야의 교류를 논의할 ‘남북사회문화협력추진위원회’ 구성에 합의하였지만 본격적으로 가동하지 못하였다.
사회문화 분야의 취약점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더욱 확대되었다.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북핵 문제, 미사일 발사 등의 정치적 이슈가 부각되면서 사회문화 분야는 정치적 문제의 뒤편으로 밀려났다. 대북정책의 ‘원칙’과 ‘실용’에 밀려 사회문화 분야는 완벽하게 을의 입장이 되었다. 이제 정치적 국면 전환 없이는 사회문화 분야의 교류도 어려운 선정치군사 후사회문화의 서열관계가 공고해진 것이다.
여기에 금강산과 개성 관광의 중단은 사회문화 교류 사업을 추진하는 현실적인 제약이 되었고, 현금지원에 대한 통제도 사회문화 교류의 동력을 약화시킨 요인이 되었다. 사회문화 교류가 돈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가없이 이루어질 수 있는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시간이 좀 지나면 예전과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라는 교류 추진 주체들의 안일한 판단도 사회문화 교류가 추진되지 못한 한 요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이제 남은 일은 사회문화 분야의 교류를 촉진하고 안정화시키는 것이다. 사회문화 분야는 남북관계에서 일정한 역할과 장점을 갖고 있다. 역할을 분명히 하고, 장점을 살려 사회문화 분야의 교류를 복원해 나가야 한다. 사회문화 교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적 안정이 필요하다. 남북관계의 안정적 전개만 있다면 문화교류를 복원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회문화의 제반 교류를 논의할 수 있는 회담이 시작된다면 사회문화교류도 상당한 탄력을 받을 것이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은 문화 교류를 포함하여 전반적인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될 것이다. 최근 정상회담을 둘러싼 접촉 사실이 공개되면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입장도 ‘결과 중심(결과가 분명한 회담이어야 한다)’에서 ‘목적 중심(결과를 얻기 위한 목적이 분명한 회담이라면)’으로 무게가 옮겨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북핵 문제가 여전하고 북한의 극적인 태도 변화가 예측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회담은 의미가 퇴색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명박 정부 집권 2년을 넘기면서 분명해진 것은 선택의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과 이제는 결과로 말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보다 분명한 목표의식과 역사의식이 필요한 시간이 된 것이다.
전영선(흥사단민족통일운동본부 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