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관행의 종료가 투명사회의 시작이다.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과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수사를 했던 간부들이 수사를 마치고 만찬을 하면서 금일봉을 주고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당사자들은 의례적인 격려금이자 관행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변명하였으며, 검찰 역시 “수장이 없다”는 이유로 어떠한 조사도 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감찰을 지시하자 그제서야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22명으로 구성된 합동 감찰반을 구성, 본격적인 감찰에 착수했다.
‘관행’이라는 말로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이들의 인식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 안 국장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작년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뒤 그와 천 차례 이상의 휴대전화 송수신 기록이 드러나 논란을 빚은 인물이다. 또한, 그가 검찰에 돈봉투를 건넨 시점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우 전 수석 등 게이트의 핵심 인물을 재판에 넘기고 수사를 종료한 지 나흘 뒤다. 불과 이틀 전 퇴임한 김수남 검찰총장이 말한 “외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을 고쳐쓰지 말라”던 말이 무색하게 느껴진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법을 수호해야 하는 법무부와 검찰이다. 돈봉투 만찬의 당사자들이 ‘관행’이라는 변명으로 일관하더라도, 법무부나 검찰은 바로 조사에 착수했어야 했다. 조직 내, 특히 고위직의 비리가 있을 때 그동안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어떻게 자정노력을 하였던 걸까.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는 조사의 필요성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는 정부와 국회가 이번 사안을 바탕으로 공수처를 반드시 설치할 것을 촉구한다. 지난 15년간 시민사회는 검찰 권력을 견제하고 고위공직자의 부패사건을 독립적으로 수사하기 위해 공수처의 도입을 주장해왔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의 본질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반대했으나, 검찰로부터 독립된 기구에게 별도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야 거대한 검찰권력을 분배할 수 있다. 수사기관이 서로를 견제하는 것. 그것이 바로 검찰개혁의 시작이다.
아울러, 합동 감찰반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한다. 청탁금지법이 제정된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법조계에서 이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에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그동안 관행이라는 말로 얼마나 많은 불법행위가 자행되어왔는지 의문이다. 청탁금지법의 제정이유는 바로 관행의 근절이었다. 관행의 종료가 투명사회의 시작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합동감찰반은 격려금의 출처가 어디인지, 왜 제공하였는지, 아울러 돈봉투 파문의 출처로 의심되는 법무·검찰의 특수활동비 사용체계를 점검하여 사건의 진상을 정확하게 규명하고 재발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17. 5. 18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