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의 112년을 바라보자
오늘은 흥사단 창립 112주년의 날입니다. 112년을 흘러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안창호, 홍언, 염만석, 민찬호, 김종림, 정원도, 김홍균, 송종익 창단 발기 단우님들입니다. 우리가 길이 기억해야 할 분들입니다.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어야 할까요.
오늘 우리의 활동은 미래흥사단의 활동에 필요한 자원입니다. 지속 가능한 자원은 무엇인가, 자원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우리를 돌아보아야 할 시간입니다. 창립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이유입니다. 100주년 기념식에서 비전선언문을 낭독했던 저로서는 그로부터 12년이 더 흘렀다는 사실에 새삼 새로운 감동을 느낍니다. 오늘, 지금부터 다시, 112년의 역사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날마다 새로운 것들이 쏟아지는 이 시대에 역설적으로 오래된 것에서 신선함을 느끼게 됩니다. 고목에 꽃이 피듯 오래된 것에는 해마다 새잎이 돋아나고, 고유한 이야기가 쌓이기 때문입니다. 흥사단은 오래 되었기 때문에 새로워질 수 있습니다. 누구보다 먼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시점부터 새로워져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신선해지고 새로워질까요.
무엇보다 주인정신의 회복이 시급합니다. 너남없이 내가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112년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분열과 혐오의 시대에 참다운 주인정신은 무엇일까요. 진정한 주인정신은 나만 주인이라는 생각이 아닙니다. 동지가 주인이요, 선배가 주인이며, 후배가 주인이라는 인식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나만 주인이라는 착각에 빠져서 자기생각에 매몰된 적은 없는지 자신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이 진정한 주인정신입니다. 참다운 주인정신은 사회적으로 애기애타의 꽃으로 피어나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가 애기애타, 너를 사랑하므로 나를 사랑할 수 있는, 네가 존재하므로 내가 존재하는 애기애타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다음으로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올해는 상해단대회가 열리는 해입니다. 상해대회는 단순히 공간의 문제가 아닙니다. 상해지부는 원동위원부 회복이라는 큰 그림 아래 대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상해지부 단우들이 북경을 찾아서 북경분회 창설을 모색하고 있으며, 상해에 깃든 도산의 흔적을 찾아 오늘에 되살리는 작업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미주위원부에서도 상해대회를 기점으로 초창기 흥사단 활동의 원류지로서 그 흐름을 바르게 잇고자 조직을 정비하고, 단우들을 독려하면서 새로운 동력 창출에 마음을 모으고 있습니다.
상해대회는 미주위원부 활성화, 원동위원부의 부활 등 흥사단이 명실상부하게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는 첫 발걸음입니다. 재정적으로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단우 한 분 한 분이 솔선수범하여 재정을 감당하려는 각오를 앞세워야 합니다. 단우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입에서 입으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달리기를 해야 합니다.
우리는 112년 동안 도산과 연결되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동안 동아줄로 연결되어 왕성한 활동을 펼친 시기도 있었으나 면면약존, 끊어질 듯 말 듯 어렵게 명맥만 이어지는 시절도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도산의 흔적을 찾아 오늘에 되살리는 일은 112년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책무요 행복한 일상이 되어야 합니다. 저는 112년 동안 도산과 연결되었음을 생각하면 할수록 행복하고, 마음이 설렙니다. 감사가 넘쳐납니다.
112년된 보물을 간직한 우리입니다. 한국은 물론 온 지구인이 나누어 쓰고, 다함께 마음에 품을 수 있는 보물입니다. 보물을 간직한 감동을 이웃에게 전하고, 보물이 주는 에너지로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확산해야 합니다.
현대사회는 인공지능(AI)의 문명발달과 함께 불신, 불안, 불평등의 위기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로봇이 인간을 대신하고, AI가 세상을 지배하면 할수록 인간성에 대한 질문은 깊어질 것이며, 도덕적 갈등과 윤리적 선택에 대한 질문은 다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백여 년 전에 도산은 이미 “행복이 없는 사회, 문명이 없는 사회를 개조하자”고 외쳤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대내외적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문명적 대전환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삶의 전망과 지침이 도산의 생명평화의 사상에 살아있습니다. 2025년 오늘, 우리는 외쳐야 합니다. 민족평등, 정치평등, 사회평등, 교육평등의 행복한 사회를 위해 개혁해야 합니다. 생명평화문명으로의 문명전환을 위해 주인으로 떨쳐 일어나야 합니다. 우리 후배들에게 지속가능한 자원을 물려주어야 합니다. 국민주권의 시대를 여는 참주인이 됩시다. 참다운 민주공화국의 일꾼이 됩시다. 애기애타를 일상에서 실천하는 113년을 향해 나아갑시다.
세계路 흥사단! 애기애타路 흥사단! 고맙습니다.
2025년 5월 13일
흥사단 이사장 직무대행 조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