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의 여성도 3개월 이상 옥고를 치러야 독립유공자로 서훈 받을 수 있다?
- 임신한 독립운동가에게 획일적 공적심사 기준 적용은 문제
- 보훈처, 공적심사 투명성 제고와 공정한 심사를 위한 제도 개선 필요
흥사단(이사장 류종열)은 제73주년 광복절을 맞아 국가보훈처(이하 보훈처)에 정보공개를 요청하고, 그 자료를 분석하여 공적심사위원회 세부지침이나 운영상의 문제점을 제기하였다.
독립운동의 역사가 100년이 지난 지금도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분들의 공적을 심사하여 독립유공자로 포상하고 있으나 이를 판단하고 심사하는 공적심사위원회 세부지침·매뉴얼이나, 운영 및 회의결과 등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또한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별도 포상기준이 존재하지 않고, 류관순 열사와 같이 상훈 수여 당시에 비해 해당 공적에 대한 국민적 평가와 인식이 현저히 달라진 경우에도 공훈을 재심의 할 법적 근거가 없는 등 공적심사 관련한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흥사단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임신한 여성독립운동가에게도 획일적 공적심사 기준을 적용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조카로 3.1운동에 참여하고, 대한민국임시정부 선전원과 군자금 모집 등의 활동을 펼쳤던 안맥결 여사(이하 안 여사)는 수양동우회 사건으로 체포되었다. 안 여사는 종로경찰서에서 1937년 6월 28일 ~ 11월 9일, 5개월간 끔찍한 고문을 겪은 후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었고, 2개월이 지났을 무렵인 그 해 12월 20일 임신말기로 가석방되었다. 이러한 공적에 대해 공적심사위원회는 최소 3개월 이상의 옥고가 확인되어야 하는 공적심사 기준에 미달하여 독립유공자로 포상할 수 없다고 하였다. 안 여사 후손은 “어머니는 임신한 채 5개월간의 혹독한 고문을 버티고 수감생활을 이어가던 중 만삭이 되어 가석방되었다”고 설명하였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옥고기간이 3개월 미만으로 자격 미달이라고 하는 보훈처의 판단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워 어머니의 독립유공자 포상을 위해 13년 간 매달리고 있다”고 하였다.
이에 흥사단은 공적심사 기준 및 관련 규정·매뉴얼 등을 확인하기 위하여 보훈처에 정보공개청구를 하였으나, 보훈처는 공적심사 기준 및 관련 규정·매뉴얼 등이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이유가 있다며 관련 법규를 근거로 공개를 거부했다. 다만, 임신한 여성의 경우에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여 공훈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알려왔다.
보훈처의 이러한 결정에 흥사단 관계자는 “독립유공자 포상을 위한 공적심사 기준이나 세칙 등이 존재한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여 논란을 줄이고 그 기준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를 높여야 하며, 포상 내용이나 과정 및 절차도 국민 누구나 알기 쉽게 포털 사이트 등에 안내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차제에 사회적 합의를 통해 현 시점의 국민적 공감대에 부합하는 서훈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또한 “현재 독립유공자 서훈을 심의·의결하는 공적심사위원회는 안 여사 경우처럼 만삭 여성도 예외 없이 동일한 공적심사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는 임신한 여성에 대한 이해나 배려가 없는 처사로 여성에 대한 별도 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라고 지적하였다.
또한 보훈처가 공개한 공적심사위원회 운영 관련 자료에 따르면, 올해 16회 개최한 공적심사위원회에서 심의한 안건은 1,175건이라고 밝혔다. 이는 회의 1회 당 73건 이상의 공적심사를 논의했다는 것으로 부실 심사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공적심사위원회 연도별 개최 수 및 심사안건 수
구분 | 2013 | 2014 | 2015 | 2016 | 2017 | 2018 |
연도별 개최수 | 25 | 24 | 24 | 23 | 12 | 16 |
심의안건 수 | 1,396 | 1,288 | 1,275 | 1,043 | 629 | 1,175 |
※ 2013년 이전 공적심사위원회 연도별 개최 수 및 심사안건 수는 별도 관리하지 않음
흥사단은 이 밖에도 독립유공자 서훈 취소 및 승격변동 등 재심의 회부 안건 수와 그 사유에 대한 자료도 공개요청을 하였으며, 보훈처로부터 중복서훈, 친일 행위, 허위 공적 등의 이유로 47명의 서훈이 취소되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흥사단 관계자는 “과거 독립유공자 공적심사를 문교부 산하 국사편찬위원회, 내각사무처 및 총무처 등이 이를 주관하였는데, 이 당시 공적심사위원회 운영은 부실한 조사와 정치적 외압 등이 작용하여 친일전력자들을 포상하는 경우, 가짜 독립유공자를 생산하는 경우, 타인의 공적을 가로채는 경우,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들은 배제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하였다. 게다가 “최근 들어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공적을 재평가하여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들도 제기되고 있고 관련 법 개정 움직임도 활발하다”며 “한 번 결정한 서훈을 조정하게 되면 한동안 재심의 요청이 쇄도하여 행정 처리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잘못된 결정을 유지한다면 역사에 더 큰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므로 잘못 끼워진 단추는 가급적 빨리 다시 풀어 첫 단추부터 다시 채워야 한다”고 하였다.
독립운동의 역사는 이제 100년이 훨씬 지났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광복 후 독립운동에 참여한 인사들의 공적에 대한 평가와 적절한 예우도, 친일 인사들의 반민족 행위에 대한 진상규명과 역사적 진실을 철저하게 규명하여 친일잔재를 청산하지도 못하였다. 더군다나 암울한 독재권력 시대를 겪으면서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와 예우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1919년 당시 일제 경찰의 자료에 의하면 3.1만세시위에 참여한 사람은 연인원 200만 명에 이르고, 46,948명이 체포·투옥되었으며 2만 명 정도가 미결수나 기결수로 수감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2018년 7월 현재 독립유공자 포상자는 14,849명이다. 아직도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미처 알려지지 않고 발굴되지 않은 분들이 존재하고 있다.
내년이면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100년이 된다. 더 이상 우리 사회에 독립운동가의 평가와 대우가 왜곡된 채 후세에게 전해져서는 안 된다. 독립운동 공적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심사가 이루어질 수 있는 관련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첨부 : 보도자료-만삭의 여성도 3개월 이상 옥고를 치러야 독립유공자로 서훈 받을 수 있다?